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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씨네



오늘 개봉한 <퍼블릭 에너미>를 보러 극장에 갔다. 많은 이들이 이른 시각임에도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긴장감 넘치는 액션장면도 뭔가 중심이 되어 흐르는 스토리라인도 없자 당황하더니 이내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뭐야!’라며 성내는 관객까지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1930년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은행을 주로 털었던 존 딜린저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언터처블>같은 액션을 원했을 것이다. 아직 인정이 살아있던 시기, 낭만이 살아있던 시기. 은행강도가 영웅으로 대접받고 연방요원과 경찰력이 비웃음을 사던 시기.


관객은 수사관가 존 딜린저 일당과의 숨막히는 총격전과 쫓고 쫓기는 추격신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 만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철저히 부셔버린다. HD카메라를 들고 마치 사실주의 영화를 찍기라도 하듯이 잦은 클로즈업과 핸드핼즈로 관객이 마치 현장에 온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그러나 관객의 감정을 고조하기 위한 액션장치나 심리적 장치들은 철저히 무시한다.


<퍼블릭 에너미>는 실제 존 딜린저의 일대기를 다룬 것처럼 지루하게 훝는다. 오프닝에서 인디애나 주립 교도소에 잡입해 일당을 구해오는 장면에서 화려한 총격신은 없다. 그저 전쟁터에 나온 갱들이 그렇듯 총질을 해대고 스나이퍼의 총에 동료가 희생당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존 딜린저는 매우 인간답게 묘사된다. 그는 은행을 털면서 오직 금고의 돈만을 가져간다. 예금을 찾으러 온 고객의 돈을 보면서는 “난 은행만 털어요”라며 눈을 찡긋거린다. 또한 인질로 잡은 여성이 떨자 코트를 덥어주고, 은행장과 여성을 도주후에는 나무에 묶고는 놔두고 가버린다. 오늘날처럼 목격자와 인질은 철저히 죽여 뒤탈을 없애는 현실을 비추어 봤을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1930년대는 마치 범죄에도 낭만이 흐르는 것 같다.


존 딜린저는 마이클 만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남성들처럼 수컷의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 그는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나자 주저없이 접근해 자신의 여성으로 만든다. 그의 요구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허세가 없다. 그는 여성을 진정으로 위하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다. 짧은 만남이지만 여성은 그에게 반해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다.


반면 존 딜린저를 잡기 위해 투입되는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은 차가운 기계처럼 그려진다. 그는 영화내내 웃는 법이 없고, 그의 가정사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는 은행강도를 총으로 저격해 죽이면서 등장해 강한 인상을 풍긴다. 이후 존 에드가 후버 FBI 국장에 의해 시카고국장으로 발령난 그는 존 딜린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존 딜린저와 퍼비스 요원, 아니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은 영화 내내 다른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인하지만 여성에게 친절하고 나름 원칙을 지키는 존 딜린저는 모든 여성 관객이 봤을때 매력적이다. 반면, 범인을 잡기 위해 고문도 불사하는 퍼비스 요원의 모습은 냉혹해서 몸서리 치게 만든다(나중엔 그런 이미지를 어느 정도 깨서 인간적인 모습이 느껴지지만).


마이클 만의 신작 <퍼블리 에너미>는 강약고조가 없다. 그저 영화는 다소 밋밋하게 시작해서 밋밋하게 끝난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렇다는 듯. 은행을 털며 전설적인 강도가 된 딜린저는 마치 세상이 자기 것이고, 경찰과 FBI를 비웃지만 시대의 흐름 앞에 그는 모든 동료와 애인마저 잃는 무기력한 인간이 된다.


반면 현대식 과학 수사와 물량 동원을 통해 그를 검거하고자 하는 퍼비스 요원은 동료들의 희생과 실패를 겪으면서 오히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퍼블릭 에너미>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전설적 강도 존 딜린저와 연방요원 멜빈 퍼비스를 등장시켜 우리를 깊은 고민에 빠트린다.


비록 은행을 털지만 자신의 사람들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존 딜린저와 범인 검거를 위해 부녀자까지 폭행하고 미행에 도청까지 하는 공권력 사이에서 누가 더 인간적인지 말이다.


우리가 존 딜린저를 불쌍히 여기고 퍼비스 요원으로 대표되는 공권력에 반발심을 느낀다면 그건 ‘정의’를 내세운 폭력과 음모에 신물이 난 탓일게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액션과 재미를 느낀다면 <퍼블릭 에너미>는 절대 비추다. 그러나 감독의 전작 <콜래트럴><마이애미 바이스>를 보며 재미를 느꼈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더불어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은 명성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명품 연기를 선보인다. HD카메라가 동원된 영상은 등장 배우의 모공까지 일일이 확인케 해줘 등장배우의 얼굴 표정까지 세밀히 잡아내 그들의 복잡한 심계를 표현해주며 핸드핼즈 기법으로 촬영된 영상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현실성을 부여한다. 마이클 만 특유의 비장미와 사실적인 총격 장면으로도 <퍼블릭 에너미>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아마 <퍼블릭 에너미>는 극장가에 오래 내걸리지 못할 것 같다. 보고 싶다면 빨리 찾는 게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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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영화] 퍼블릭 에너미 (2009, 마이클 만)_여성 관객을 위한 갱스터 무비

    Tracked from Shinsee's Salon  삭제

    퍼블릭 에너미 - 마이클 만 액션 카리스마로 돌아온 조니 뎁! 올 여름, 그의 이름은 전설이 된다! 미국 내 범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30년대 경제 공황기. 불황의 원인으로 지탄받는 은행 돈만 털어 국민들에겐 ‘영욱’으로 추앙받는 갱스터 존 딜린저(조니 뎁)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FBI가 쫓는 공공의 적 1호. 하지만 FBI의 자신만만한 선포에도 불구하고 존 딜린저는 오히려 더욱 대담하고 신출귀몰한 솜씨로 은행을 털며 FBI 수사력을 비웃는다...

    2009/08/15 15:4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funcine.net BlogIcon 키아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지금의 미국금융위기와 무관하지 않은것 같네요 아직 보진 않았지만 은행을 까는 내용은 아닌지요? ㅋㅋ

    2009/08/13 15:03
    • Favicon of http://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댓글주소  수정/삭제

      특별히 은행에 대해 까는(?)건 없습니다. 그저 경제 공황기를 배경으로 범죄자와 수사당국에 중점을 둔 이야긴데, 예상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는 이야기를 못 드리겠고, 저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

      2009/08/14 22:25
  2. Favicon of http://shinsee.tistory.com BlogIcon shins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상 포인트가 역시 저와 많이 다르네요. ㅋ
    전 마치 여성관객을 위한 갱스터 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2009/08/15 15:48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는 내내 도대체 뭘 말하려는건가 하고 실눈을 뜨고 지켜봤는데...
    "Bye Bye black bird" 에서 꽈당!!
    어찌나 터프하신지 사랑도 은행털이도...ㅎㅎ

    2009/08/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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