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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씨네


울릉도, 그리고 행복

<행복한 울릉인>은 제목에서 두 가지 함축적인 테마를 제시한다. 하나가 '울릉도'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행복'. 이것을 연결해 본다면 <행복한 울릉인>은 울릉도라는 지역을 통해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그림의 바탕으로 그리고, 그림 중심에 선 이상호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행복의 무게와 가치를 그린다. 이 그림을 보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한 울릉인 이상호 할아버지

<행복한 울릉인>은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이상호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상호 할아버지는 가난하다.  74살의 노인이지만 지금도 거친 노동을 하며 돈을 번다. 가족이라곤 동생네 식구가 있지만 떨어져 혼자 지낸다. 일반적 기준으로 본다면 외롭고 돈 없는 불쌍한 노인이라고 치부할 만한 삶이다.

그러나 상호 할아버지는 지금도 스스로 노동을 하며 돈을 벌며,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는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상처나 부담도 안 준다. 열심히 저축을 하며 꿈을 키운다. 그 꿈은 집 사고 장가간다는 꿈.  마치 어린 아이가 장래희망을 가진 모습 같다. 본인은 셈을 못 해 주위사람들은 다 아는 통장잔고를 본인만 모르지만, 그 꿈만은 확실하다. 나는 꿈의 의미란 것 조차 잊고 사는데, 상호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행복한 울릉인이다

나는 <행복한 울릉인>을 보고 나서 상호 할아버지에게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는 상호 할아버지는 행복할까라는 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저 분은 바보스러운 건가 하는 의문이었다.

내가 판단한 행복할까 라는 의문의 기본 전제는 돈 이었다. 돈이 없기에 남루하고 초라해 보였다. 일반적 시각으로 본다면 실패한 인생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상호 할아버지는 불행한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아 보였다. 언제나 웃는 모습이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그러나 그 웃음엔 여유가 있고 꿈이 있었다.

바보스럽나의 의문은 상호 할아버지의 모습이 순수한가, 어수룩한가 조금 애매스러워서 든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 의문은 앞선 행복에 대한 의문과 연결이 된다. 언제나 웃고 낙천적인 상호 할아버지. 그러기에 바보스럽다. 74살의 나이에 장가가고 집 산다는 꿈을 가진다는 건 어떤 면에서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상호 할아버지에게 중요한 점은 꿈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꿈 때문에 상호 할아버지는 기운 내고, 웃고 , 행복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영화 속에서 상호 할아버지 주위 분들은 일부러 할아버지를 위해 일감을 내주고 하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어떤 동정심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내가 잘 못 생각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울릉도 사람들은 상호 할아버지를 가족으로서 보살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 순수함을 전해준다.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는 그런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그 모습이다. 그러기에 <행복한 울릉인>은 이상호 할아버지 한 명을 말하는 게 아닌, 울릉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행복한 울릉인이다.


이상호 할아버지의 행복 시간은 거꾸로 간다

행복의 무게와 가치에 대해 묻는 영화 <행복한 울릉인>.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그리고 또 묻는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고. <행복한 울릉인>은 그 질문에 대한 아주 작은 해답 하나를 우리에게 보여준 영화다. 물론 이 모습이 절대적인 해답은 아닐 것이다. 행복의 물음은 상대적인 질문이며, 해답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영화 속 상호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아주 작은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스럽지 않나 생각한다. 아니, 보면서 행복했다면 그것으로도 족할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상호 할아버지는 체육대회 달리기를 열심히 질주한다. 나중에는 거꾸로도 질주한다. 그 모습을 통해 난 이런 문구를 떠올려 보았다. <이상호 할아버지의 행복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문구. 우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질주할지도 모르는 모습. 그러나 할아버지는 행복하다. 우리의 기준과 잣대와는 다를지 모르지만 행복의 시계는 돌아간다. 다만 거꾸로일 뿐이다. 멈추어 선  행복의 시계보다 그 시계가 더 소중해 보였다. 그리고 더 가치 있어 보였다.

상호 할아버지를 통해 행복의 기운을 전달받고 싶은 분이라면 극장을 찾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행복의 시간을 돌리는데 이 영화가 작은 힘이 될 거라 나는 믿는다. 왠지 울릉도에 상호 할아버지는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남지현의 내레이션에 조금 걱정을 가졌던 게 사실이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닌, 인기에 영합한 내레이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황석호 감독의 판단이 아주 좋았음을 느꼈다. 영화에서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는 에너지와 감성을 남지현이 잘 메워준 느낌이다. 더욱 영화를 빛나게 해준 남지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2010년2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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