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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씨네



 <무적자>에서 연출을 맡은 송해성 감독을 비롯하여 주연배우들인 주진모, 송승헌, 조한선, 김강우 등은 흔쾌히 이 영화에 참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영화도 아닌 한 시대를 풍미한 홍콩느와르의 걸작인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이니, 잘해도 본전 찾기가 쉽지 않은, 어려운 프로젝트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가란 송해성 감독의 고민은 영화의 곳곳에 묻어난다. <무적자>는 큰 틀에서 <영웅본색>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간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한 의리의 단면이나, 갈등의 골이 깊은 형제의 관계를 통한 형제애, 그리고 배신과 복수, 화해 등의 전체적 플롯이 오롯이 담겨있다.

 살리는 것이 전체적인 플롯이었다면, 바꾼 것은 부분적인 설정이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남북 분단 현실에서의 탈북자 형제를 다루었다는 사실이다. 갈등의 원인이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혼자 도망간 형에 대한 증오란 점은 <영웅본색>의 갈등구조 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성을 가지게 해주는, 송해성 감독이 찾은 <영웅본색>의 부족했던 드라마적인 감성의 영역이며, <무적자>의 장점이다. 하지만 낯설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는 약점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는 주제를 느와르 풍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남자들의 충돌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 주보의의 캐릭터는 <무적자>에 없다. <무적자>는 남자들만의 충돌을 다룰 뿐이다. 게다가 표현의 시간도 길다.

 <영웅본색>은 형제나 의리 등을 다루었지만 그 밑에 깔린 홍콩반환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불안감.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 서극과 오우삼이 바라본 현실이었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는 있을 것이란 희망의 내포. 그렇기에 <영웅본색>의 영문 제목은 <A Better Tomorrow>이다. 이것을 이미지로, 표정으로 보여주었던 영화다. 

 그러나 <무적자>는 어떤 색채도 없다. 드라마를 보강했다고 하지만, 주진모와 김강우의 탈북 형제 모습에서도, 주윤발의 모습을 재현하는 송승헌의 모습에서도, 배신을 통해 살아남고 싶어하는 조한선의 모습에서도 보여지는 <무적자>만의 색채는 없다. 단순한 <영웅본색>의 무대의 한국적 재현일 뿐이다. 이런 리메이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틀을 깨버렸어야 했다. 어설프게 특정 장면을 따라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 굳이 다리를 다칠 필요도 없었고, 성냥개비 대신 사탕을 물릴 이유도 없었다. 옥상장면의 재현이나 배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 등을 따라 할 필요가 없었다. 말 그대로 형제와 의리, 그리고 불안을 보여주는 새로운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었지(마치 <영웅본색 3>처럼 말이다), <영웅본색>의 오마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영화적 고민'이 '고심 끝의 결과"가 아닌, '방황의 결과'가 되어버린 작품 <무적자>. 취할 것과 버릴 것의 고민은 좋은 결과가 되질 못 했다. <무적자>는 마이클 베이가 만들어가는 <나이트 메어>나 <13일의 금요일>의 리메이크가 아닌, <에반게리온-파>를 목표로 했어야 했다. 원작이 가진 장점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 <무적자>는 결국 이것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비장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무적자>는 제목처럼 국적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영화이며 무엇과 겨루는지 알기 힘든 영화다. 다만 궁금한 것은 <영웅본색>을 모르는 세대가 <무적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웅본색>의 재개봉 당시 주윤발의 대사에서 피식 웃음을 날리는 젊은 세대에게 <무적자>가 더 멋진 영화로 받아들여질 지도 모른다는 사실. 이것이 현실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겠지만, 정말 두렵다.

★☆

*2010년9월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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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zazak.tistory.com/ BlogIcon 주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안타깝네요. 나올 때부터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하쿠님의 리뷰를 보니 결국 가지 말아야할 길을 가버린 것 같네요. --;;;

    2010/09/09 11:06
    • Favicon of http://hakusroom.tistory.com BlogIcon haku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개인적으로 예고편 보고 기대를 가졌던 사람인데,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송승헌 대사는 뜬금없을 정도로 분위기 확 깨더군요. 그랑프리보다 지루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습니다.

      2010/09/09 18:24
  2. 오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인 감독이 어설픈 의욕만 앞세워 만든
    리바이벌 버전이면 아예 관심을 안 가졌을텐데
    그 유명한 파이란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 작품이라
    평작 이상은 나올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평이 좀 그런데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니 일단 함 볼랍니다.

    2010/09/09 13:44
    • Favicon of http://hakusroom.tistory.com BlogIcon haku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디서 글을 보니 송해성의 <파이란>을 기억하려고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카라>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전 송해성 감독의 연출보다는 100억 프로젝트의 통제를 제대로 못한 제작적인 측면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가 여러 사람이 개입한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나의 색깔로 밀고가는 것 보다는 뜯다가 이상해진 느낌입니다.

      2010/09/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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