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은 없다>라는 영화를 접하며 든 솔직한 심경은 착잡함이다.
2009년 올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 영화이고,게다가 메이저제작이나 투자가 아닌 한국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2기작품이란 안타까운 현실.하청작업만 하는 허울뿐인 세계 몇위식의 애니메이션 제작국에,실력있는 인재들은 전부 미국-일본으로 가버리는 현실속에서 한국애니메이션계의 미래란건 존재하는건가?
현실적인 이야기는 그만 접고 영화 <로망은 없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영화를 본 느낌을 적어본다면,<로망은 없다>는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아빠,엄마의 결혼기념일에 온가족이 족발과 소주를 먹으며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추억의 이야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전개하는 스타일이 아닌 마치 굴비 엮듯 마구 엮어준 스타일이 꽤 재미있었다.아빠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던 순간이나 아빠,엄마가 처음 선을 보던 날등 꽤나 일상적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주고,그 이야기들 전개하면서 가지치기식으로 각자의 성장담을 넣어주면서 캐릭터에 대한 성격을 조금씩 확장시켜준다.그리고 캐릭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결혼이라는 과정과 가족이라는 구성체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을 펼친다.
뭔가 있을법했지만 실상 보니 별것도 없는 시시한 이야기들.그러나 이런 시시한 이야기들이 모여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는 전개는 어느 집에서나 있는 이야기들이고 우리의 이야기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왠지 일본애니메이션 <아따신지>(한국명 우리집)가 많이 연상이 되었는데 왠지 일상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그랬던걸까?
아주 열악한 환경속에서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할 애니메이션작업을 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데,단지 실험정신과 도전정신때문에 박수를 치고 싶은게 아니라 난 이 영화의 완성도에 상당히 만족한다.
<백 투 더 퓨쳐>의 각본가 밥게일이 맨처음 백투더퓨쳐 를 구상하게 된 게 우연히 본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사진이라고 어느 잡지에서 본 기억이 문득 떠올랐는데,바로 <로망은 없다>야말로 우리가 한번은 상상해봄직한 우리네 부모님들의 과거를 그린 영화이고 또한 그것을 통해 현재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미국애니나 일본애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므로 그런 스타일이나 템포를 바라신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영화아카데미 과정을 밟는 영화인들이 땀과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을 한번쯤 보고싶으신 분이나 무언가 구수한 느낌이 나는 스토리를 바라는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다만 아쉬운건 이런 좋은 영화를 힘들게 만들어내는 현실이지만 한국애니메이션계의 로망이란게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이것이 2009년 한국애니메이션계의 현실이다.
*2009년12월10일 개봉예정
2009년11월24일 CGV압구정에서 열린 <로망은 없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영상.
박재옥,수경,홍은지 감독 3인의 공동연출작이라고 했는데 이 분들의 열정이 엿보이던 간담회였다.
다음에 더욱 좋은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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