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의 한 고층빌딩의 6호기 엘리베이터가 원인 모를 고장으로 멈추어 버린 상황. 그 안에는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 다섯 명의 사람이 탑승하고 있다. 그리고 암전이 일어난 후 한 명씩 탑승객이 죽어간다. 이들 중 누가 범인인가?
<식스센스>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놀라게 한 이래, M. 나이트 샤말란은 크든 작든 영화적 논란을 불러온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은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았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팬들의 호불호를 불러왔다. 그만큼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는 헐리우드의 시스템에서 작업하는 감독으로는(게다가 블록버스터 급으로 개봉 했었던 작품도 많다!) 보기 힘든 비범함이 있다.
M. 나이트 샤말란은 천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재 선택의 감각이 비범하다. 샤말란이 감독한 일련의 작업들을(그의 오리지널 각본이 아닌 <라스트 에어밴더>는 예외로 친다) '반전'이라는 결과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본다면, '절대적인' 존재가 있고, '절대자'의 만들어낸 선택이 있으며, 선택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 이것을 다르게 풀어 본다면 절대자가 만들어낸 문제 속에서 '구원'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번뇌'라는 지극히 동양적인 주제가 묻어난다. 죽지 못하는 존재(식스센스), 초자연적인 능력의 소유자(언브레이커블), 인간이 모르는 미지의 존재(싸인), 절대자의 심판(해프닝) 등 그의 작품들 면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 마지막 순간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존재에 의한 결과는 반전으로 표출되었고, 그 지점에서 관객은 샤말란에 대한 지지 또는 실망을 보냈다.
샤말란이 제작을 하고, 아이디어 초안을 낸 작품 <데블>은 예고편에서 조차 샤말란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에서 느껴지는 샤말란의 느낌은 짙다. 성경 베드로 전서 5장 8절의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데블> 역시 그간의 샤말란의 작품들과 유사한 성격인, 절대적인 존재가 작품에 개입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오프닝. 물론 <데블>의 경우엔 이미 예고편에서 상당한 부분을 암시하기도 했다.
악마라는 존재가 개입하는 게임이란 점을 밝히고 시작하기에 <데블>은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놀랍지는 않다. 관객이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다섯 명 가운데 누가 악마인가란(즉, 범인) 점이다. 인물들이 하나씩 죽어갈 수록 점점 밝혀지는 인물들의 과거의 행적들을 보면서 영화는 범인 만을 찾는 게임이 아님을 말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만들어낸 문제, 문제는 '번뇌'로 이어지며, 마지막엔 '선택'을 지켜보는 과정이다.
고전적인 형식으로 만들어진 <데블>은 전개하는 과정이나 소재 등이 과거 <트와일라잇>(국내 방영 제목 : 환상특급)등에서 다루던 에피소드의 성격과 비슷하다. 그리고 죽은 자는 존재하지만 죽인 자는 알 수 없는 상황을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만들어가는 모양새에선 추리물의 형식을 빌려왔음이 읽혀진다. 하지만 <데블>은 앞과 뒤를 따지면서 보는 밀실트릭을 깨는 게임이 아닌, 초자연적 현상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변화를 보아야 한다.
마지막 순간,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을 벗어나면서 영화는 진정한 주제에 다가선다. 악마가 만들어 낸 무대, 바로 선택의 순간이다. 영화 도입부에서 나오는 자살한 사람과 엘리베이터 속의 희생자들은 모두 타의에 의한(악마에 의한) 결과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에 인간의 선택을 지켜본다. 그리고 희망을 읽는다. 거꾸로 된 도시는 다시 원래의 시각으로 돌아오고, 사람들은 살아간다. M. 나이트 샤말란은 세상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천만 불 정도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데블>은 샤말란이 낸 아이디어를 연출은 유망한 신인감독들이 맡고 샤말란은 제작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나이트 크로니클>의 3부작 중 1화다.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데블>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방식인지, 아니면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로 갈 것인지는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데블>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장르영화였기에 앞으로 기대를 할 만한 프로젝트란 생각을 가진다. 비디오를 보면서 자란 헐리우드의 70년대 생 감독 중 가장 고전적인 스릴러 작법을 구사하는 독특한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다시 한 번 그의 스릴러에 지지를 보낸다.
★★★
*2010년11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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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2012/05/08 18:17혼자 내버려 두십시오.
2012/05/10 23:17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2012/05/11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