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 한 작품
1960년에 만들어진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 난 이걸 작년에 처음 접했다. 본 이유는 역시 주위에서 칭찬을 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마틴 스콜세지의 지원으로 디지털 복원이 되어 칸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이 되었다는 사실이 컸다. 세계적 거장이 복원에 주목할 만큼 무엇인가가 있었던 건 가란 호기심. 실제 접한 1960년 작품 <하녀>는 그 유명세가 단순히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 흥미로운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하녀>의 리메이크 소식을 처음 접했을 적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원작이 가진 아우라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임상수 감독이 작품을 맡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 임상수 감독은 작품의 완성도 문제를 떠나 화제성이란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이 아닌가. 그런데 <하녀>의 리메이크라니. 게다가 지금은 '하녀'라는 소재 자체가 먹힐 만한 사회적 분위기도 아닌데 말이다. 영화적 해석에 집중되는 것이 아닌 외적인 무엇, 즉 에로틱한 코드나 부각되는 그런 분위기로 흘러 가는 게 아닌가 우려가 들었다.
1960년 <하녀>는 하녀가 집에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불륜의 파국에 대해 다루지만, 그 속에 담긴 디테일 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순히 계급적인 면에서의 주인과 하녀의 관계도 외에 영화에서 다룬 요소 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 피아노, 쥐약 등이 가진 상징성이었다. 충돌의 공간인 집, 권위의 상징인 피아노, 공포의 대상인 쥐약.
1960년 <하녀>는 집, 피아노, 쥐약 등의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구성인 의, 식, 주 에서 식과 주의 공포감을 극대화 하면서 독특한 흐름으로 전개한다. 대사나 제작 기법이 다소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단지 시대적인 눈높이의 문제일 뿐, 영화 자체가 가진 재미는 지금 보아도 훌륭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임상수 감독은 원작에서 어떤 점을 보았고, 리메이크를 통해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새롭게 해석 가능한 면을 보았다면 성공적이겠지만, 단순히 하녀라는 존재의 에로티시즘에만 주목했다면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갈 거라 예상했었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충돌
<하녀>의 스토리는 은이(전도연)가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완벽한 남자 훈(이정재), 부러울 것 없는 부인 해라(서우), 여섯 살 난 나미(안서현). 그리고 집안 일을 총괄하는 하녀 병식(윤여정). 그들이 사는 공간으로 들어간 은이는 낯설지만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된다. 훈과의 은밀한 관계가 있기 전까지는.
<하녀>는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충돌이 기본적인 갈등요소다. 이 점은 1960년도 작품과도 동일한 요소다. 그런데 영화는 리메이크 과정을 통해 조금 단순화된 접근을 시도한다. 가정을 지키려고 몸부림 치던 남자의 요소를 제거하면서, 대저택에 사는 가족 자체를 하나의 거대화된 권력으로 다룬 것. 속물근성에 찌든, 권력의 독점에 취한 자들의 모습으로 다루며, 껍데기만 남은 자들이 움켜 쥔 허영에 대해 조롱을 한다. 기억의 고통과 순수의 존재를 잊은 채, 돈과 권력에 취해 사는 자들의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임상수 감독은 그 가치에 대해 비웃음을 날린다. 진정 세상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잊은 채로 살아가는 당신들이야말로 하녀라는 비웃음.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하고 빼앗긴 여자
영화는 파격적인 인물간의 접근이 중심적 흐름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냉소적인 시각과 조롱이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이 조롱의 무대에서 노는 인물들에겐 단순함과 복잡함이 뒤섞여있으며, 그들은 순수함과 타락함의 경계영역에서 서로를 마주 본다. 집이라는 공간 속 경계영역에서.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적인 물건으로 보는 훈과 주인의 것을 조금씩 얻어먹으며 살아가는 하녀 근성의 병식은 타락의 완성체이다. 그에 비해 감정적이며 본능적인 해라는 어떤 면에선 타락한 인물이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백치 같은 은이와 유사점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녀에겐 권력이 있다는 점.
그들에 비해 은이는 아무 생각이나 의도를 가지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다. 그녀에겐 마치 첫 사랑에 빠진 여자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보이며, 바보 같은 행동과 말을 하는 순진함이 엿보인다. 그러기에 은이는 나미와 대화가 통한다. 저택에서 가장 순수함을 유지한 존재이자, 욕망적인 행동에서 벗어난 존재 나미. 외부와 차단된 공간인 저택에서 상황을 가장 순수한 시각으로 지켜보는 인물인 나미는 위의 권력과 아래의 권력이 충돌하는 것을 보며, 왕국의 권력에 도전하는 자의 최후를 목도한다. 자신의 것을 지키지 못하고 빼앗긴 여자의 마지막을.
원작의 요소들을 완벽하게 거세
임상수 감독이 만든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작품과는 비교를 하기 힘들 정도로 원작의 요소들이 완벽하게 거세되었다. 어쩌면 원작에서 남긴 것은 하녀가 집에 들어온다는 설정 자체일 정도. 느슨한 설정 차용은 화법의 방식의 변화도 불러 왔는데, 세태에 대한 풍자를 은유적으로 했던 원작에 비해 이번 <하녀>는 그 화법이 직설적이다.
캐릭터의 움직임 역시 능동과 수동을 바꾸어 권력의 거대함을 부각시켰으며, 원작이 가졌던 상징적인 매개체를 다른 매개체로 치환함으로 다른 느낌의 감성을 불러왔다. 원작과는 다른 포도주와 욕탕, 그리고 샹들리에의 상징성은 원작의 집, 피아노, 쥐약과는 또 다른 맛을 전해 준다.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지만 기억에 남을 수준은 아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에로틱 스릴러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인물의 감정선과 심리선에 주목한 영화 <하녀>는 꽤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다. 어떤 말과 행동이 이어질 지 알기 힘든 미묘한 분위기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분명 보는 내내 지루함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녀>는 나에게 배고픈 영화다. 이 배고픔은 바로 원작과의 비교에서 오는 공복감이다. 원작을 제외하고 본다면 분명 흥미롭지만, 원작의 안경을 끼고 보면 허전함이 느껴진다. 이 허전함 때문인지, 영화는 재미는 줄 지는 몰라도 기억에 남지는 않을 듯 하다.
어쩌면 이 허전함은 너무나 잔잔했기에 오는 걸 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파격적이고, 도발적이고, 격정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들과는 거리가 먼 고요함에 대한 당황스러움. 이 조용함이 당황스럽다. 임상수는 좀 더 공격적인 게 어울리는데 말이다. 거친 공격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개인적으로 <하녀>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그만 둔 김수현 작가의 <하녀>시나리오를 한번 보고 싶어졌다. 김수현 작가는 어떤 <하녀>를 그렸을지 궁금하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1960년 <하녀>와 가장 대조적인 면이 하나 보인다. 그것은 옷, 즉 '의'에 주목한다는 점. 옷과 집이 만들어내는 화면의 아름다움이나 분위기 조성 등은 상당한 편이니, 극장에서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란다.
★★☆
*2010년5월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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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사회에 다녀오셨나봐요
저도 다녀왔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원작이 더 궁금해지네요. 위에서 말씀하신대로 처음 30분간은 살짝 실망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무언가 굉장히 파격적이고 격정적인 진행을 기대하고 있었나봐요. 정말 그 고요함이 영화에 허전함을 더했는지... 저는 오히려 여운이 좀 남더라구요. 여자로써의 삶의 서글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원작을 공유해 주실수있다면 부탁드릴께요ㅠ)
2010/05/04 10:06임상수 감독은 자기가 하고 싶은 풍자와 조롱은 충분히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고편이 본편과 너무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어서 당황스럽더군요. 그 예고편 만든 사람, 올해 최고의 예고편 편집이라고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2010/05/04 10:13원작은 dvd를 빌려 본 거라 어떻게 드릴 방법은 없네요.
고 김기영 감독의 원작 하녀는 www.theauteurs.com 에서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0/05/04 12:00외국사이트인데 이 작품이 가장 많이 본 영화 2위에 랭크되어있더라구요.
쓰고보니 꼭 광고글 같네요. 광고는 아니구요 제가 평소에 자주 찾는 영화관련 웹싸이트입니다.
저도 즐겨찾기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5/04 19:50김기영 감독의 작품은 하녀가 아니고 火女 였습니다. 왜 자꾸들 하녀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제목이 하녀인지 원작은 화녀 였구요. 60년 작품이 아니라 제가 고1때인가 본거 같은데 71년도인가 만들어진 작품 인데요. 거기서는 남궁원씨가 작곡가 집주인이고 전계현씨가 부인으로 양계장을 하고 있었고 지금 윤여정씨가 식모로 나와서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지요. 2층에서 계단을 등으로 내려오는 장면, 정말 섬뜩했습니다. 그 작품하나로 윤여정씨 떴지요
2010/05/04 19:30http://movie.daum.net/movieperson/Biography.do?personId=71#filmography&t__nil_main_workList=more
2010/05/04 19:53김기영 감독 작품으로 말씀하신 <화녀>도 있고, <하녀>도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가 복원에 참여한 작품은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이 출연했던 1960년 <하녀>입니다.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도 이것이고요.
나영희, 김지미 주연의 '화녀 82'(82년 작)도 있었는데요.
2010/05/05 00:31위에분이 말씀하신것 처럼 원작은 여기 외국사이트에서 무료로 볼수 있네요.
2010/05/04 19:42영어 제목은 The Housemaid 군요...
http://www.theauteurs.com/films/2039
외국에서는 각종 고전이나 독립, 단편 영화들을 많이들 온라인 서비스 하더군요. 물론 우리나라도 네이버 등 여러 사이트에서 운영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너무 부족한 듯 합니다.
2010/05/04 19:54이글을 읽으면서 답답했습니다. 추상적인 단어들의 조합일뿐 연결해서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때문입니다.
2010/05/04 20:40예를 들어 원제목이기도한 '원작의 요소들이 완벽하게 거세된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소제목의 단락을 읽었을 때, 내용은 부와 권력의 상징인 '피아노'가 다른 소품이나 소재로 바뀌었다는 것인데 단지 상징이 바뀌었다는 것만으로 '거세'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핵심을 잃은 단어와 문장의 나열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애초에 적은 분량은 지금 것 보다 더 길고, 내용을 전부 적었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내용을 다 적는 것도 무리가 있고, 제가 지금 칼럼을 쓰는 것도 아닌데, 원작과 이번 작의 내용을 전부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서 다 삭제했습니다. 요즘 영화의 상세한 설정이나 스토리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자제할려고 하거든요. 일례를 든다면 원작에서 하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은 이번 작품에서 목욕탕 장면과 연결이 됩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게 대입이 되고요. 행동의 패턴이 능동과 수동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원작에 대한 오마쥬의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 장면이 나오는 동기도 바뀌고 인물도 바뀐 상태라 일대일 비교를 하면 가장 이해가 쉬운 글이 나오기도 할 겁니다.
2010/05/04 20:46제 글이 좋은 글은 절대 아니지만, 원작 <하녀>를보시고 나중에 개봉한 <하녀>를 보시면 부족한 글이지만 장점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지적하신 부분은 충분히 생각하고 앞으로 글을 작성할 때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시나리오가 저도 궁금합니다. 납득할만한 수정요구는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인물이름과 도입부 빼고는 감독이 다 바꿔버렸고, 결국 김수현 작가가 시나리오를 회수했다고 들었어요. 작가가 쓴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이 연출한 리메이크작 하녀를 보고 싶었지만, 나오는 배우들이 다 한 연기들 하는 분들이어서 개봉하면 얼른 보려구요^^ 글 잘 읽고 갑니다~~~
2010/05/04 22:56김수현 작가는 개인적 추측으로는 이정재의 캐릭터에 좀 더 비중을 실어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나온 버전은 시나리오를 떠나 거의 대부분을 전도연에게 기대고 있는게 아쉽더군요.
2010/05/06 12:10김수현 작가는 '하녀'를 쓰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래서 임상수 감독이 다 바꿨을거구요.
2010/05/05 00:36'하녀'는 계급간의 갈등과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 최소한 그에 대한 어떤 의견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김수현 작가에게 이런걸 기대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요. 가난한 며느리를 예쁘게 봐주는 재벌 시어른들, 우리 부모님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거라고 주장하는 재벌집 자식들,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은퇴 재벌들, 이런 캐릭터가 김수현 드라마에 등장한 재벌의 이미지였습니다. 드라마는 재밌게 만들지는 몰라도 김수현 작가는 사회의 모순을 이해하는 작가는 못됩니다.
공감합니다.^^
2010/05/05 00:49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제가 TV드라마를 거의 안보아서 김수현 작가가 만드는 인물에 대해 몰랐는데, 좋은 의견 덕분에 배우게 되었네요.
2010/05/06 12:10호아빈님 백배공감입니다.
2010/05/05 08:47독특한 풍자와 원작의 깔끔한맛은 있었지만.
2010/05/18 16:47서스펜스없는 서스펜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던거 같네요.
트랙백 달고 갈께요 ^^
전 이 영화가 굳이 <하녀>라는 제목으로 나올 필요성이 있었나도 싶습니다. 이 영화가 칸에서 무슨 상을 받든 간에 전 좋은 시각으로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이렇게 해석해서 만든 점이 좋은 건가 의문이거든요.
2010/05/19 04:06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2010/05/19 09:18티스토리 메인에서 '영화<하녀>'를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editor@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엇?
2012/04/17 23:14주 뵈었으면 좋겠습니
2012/04/18 18:44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
2012/04/18 18:45이해가 안갑니다.
2012/05/08 23:49체크 아웃하고 싶습니다.
2012/05/09 02:02어디?
2012/05/11 08:12관심 없습니다.
2012/05/11 09:16